미국에 와서 연락하고 지내던 친구와 헤어지고 우울함이 해수면을 찍고 있던 시점, 외국인 친구들이 나에게 심심하게 지내지 말고 취미생활을 공유할 수 있는 친구를 만나보라고 추천해준 몇개의 데이트 웹싸이트가 있었다. 인연은 그렇게 온라인을 통해서 만나는 것이 아니라며 부정적인 내게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그 웹싸이트를 이용하고 있었고, 의외로 평가나 후기는 긍정적인 편이었다. 그렇게 알게 된 데이트 싸이트 Match.com 과 eharmony.com

 어느 토요일 오후 딩굴거리다 하우스메이트와 함께 우스개소리하며 가입을 시작했다. 클릭을 한 순간 이건 끝내지 않는한 벗어날 수 없는 게임을 시작한 것 같았다. 너의 눈동자색은 뭐니, 피부색, 머리카락색, 인종, 성격, 취미, 학력, 음주, 정치 성향도, 흡연여부, 애완동물을 키우는지, 최근에 읽은 책은 무엇인지, 가장 좋아하는 티비 프로그램부터, 영화까지 온갖 질문이 끝나고 나선 똑같은 질문이 다시 반복된다. 니가 만나고 싶은 데이트 상대는 어떤 사람이길 바라는지 말이다.

그렇게 가입을 하고나면, 나와 비슷함이 키워드로 어느정도까지 매치되는지 추천리스트가 이메일로 발송된다.  서로에게 호감도를 표시할 수도 있고, 쪽지도 보낼 수가 있다. 자! 여기까지가 디씨내에 수없이 많은 젊은이들이 (아무래도 미 전역에서 흥하고 있을…) 가입하고 있는 데이트 웹싸이트의 이야기 이다.

9월 세째주는 UN 의 연례회의가 열리기에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뉴욕에선 기후변화총회(Climate Summit)부터, 클린턴글로벌이니셔티브 회의(Clinton Global Initiative), 소셜굿서밋(Social Good Summit) 까지 세계빈곤퇴치 등 지구촌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전세계에서 정부, 국제기구, NGOs, 글로벌 기업이라고 하는 다양한 영역의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Bill&Melinda Gate Foundation, UN Foundation, UNDP(유엔개발계획), 미디어플랫폼인 Mashable 이 후원하고 주최하는 Social Good Summit 이 9월 21일 22일 양일간 열렸다. 대부분의 발표자들은 전통적 비영리영역에 있었던 사람들이 아니라,  한때는 금융인이었다가 세상을 바꿔보겠다고 다큐멘터리영화를 찍고, 우간다 북부 반군과 소년병 이야기를 전세계에 관심을 일으킨 KONY2012 의Ben Keesey 부터 민간항공산업을 이끄는 Xprize 의 Peter Diamandis 까지 영역을 넘나드는 사람들과 회사는 한둘이 아니었다. 영국의 모델출신인  Lily Cole 도, Dell 의 CEO Michael Dell 도, 자금력과 기술력, 심지어 영향력까지 지닌 이들은 더 나은 파트너를 모색하기도 하지만 스스로 재단을 세운다거나 직접 행동을 하고 있다. 각 기업과 유명인들은 빈곤이슈 뿐 아니라, 기후변화, 여아의 교육권 등 매우 구체적인 관심을 가지고 행동을 하고 있다는 점이 새로웠다. 진정성을 의심하기엔 꽤 오랜시간동안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직접 현장을 방문하고 무엇이 왜 필요한지에 대해 실무자보다 더 설득력있게 이야기하는 모습엔 약간 반성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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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달 초 스탠포드대학교에서 하는 Non Profit Management Institute 에 참가해서 미 전역에서 온 350여명의 비영리 종사자들의 이야기는 워낙 펀딩을 끌어오기가 힘들기 때문에 협력을 하기는 커녕 펀딩을 빼앗길 수도 있다는 불안함에 동종업계 사람들과 협력을 하지 않는 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러는 동시에 참가자들과 네트워크하는 시간에 이야기를 나눠보면 돈 많고 세상물정모르는 사모님이나 재단이 있으면 펀딩기회를 찾아보려고 왔다고 이야기 한다.

결론은 어떠한 미션을 가지고 어떠한 영향력을 끼칠수 있는지 축적된 경험과 노련함을 지닌 수없이 많은 비영리기관이 돋보이기엔 어렵긴 한국이나 미국이나 마찬가지였다.  반면에 자금력, 기술력, 기금 조성 및 대중에게 끼치는 영향력을 줄수 있는 영리기관 및 유명인사들은 인지도가 있는 국제개발엔지오 혹은 다른 유명인들이 직접 운영하고 있는 기관등에 더 적극적으로 후원하고 지지한다.

기업도 이제는 중저가의 피씨를 보급해서 저소득층에게 기술의 장벽을 낮출수 있도록 할 거라고 한다. 공적가치를 추구하는 기업과 사람들은 늘어가고 있다. 오랫동안 비영리업계에 일하시는 분들은 때로 이러한 영리업계의 영역과 경계를 넘나드는 사회적 활동에 대해서 “뭘 알고나 저러는 건지, 저럴 돈 있으면 우리 단체나 주지… 우리 주면 진짜 잘할텐데… “ 이런 이야기를 지나가는 소리로 하신다.

 우리 부모님도 내가 얼마나 괜찮은 딸인지, 어디 내놔도 손색이 없을만큼 살림도 똑부러지게 잘할 거라고는 생각하신다. 다만 결혼 적령기의 남자들이 나라는 사람의 존재를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내 지인들도 내가 괜찮다는 걸 알고 있지만,  정작 나와 매치되어야 할 사람들은 그 사람들이 아니라는 얘기다.

 수 없이 많은 엔지오들이 세상을 바꾸겠다고 한다. 얼마나 헌신적이고 열정적으로 하고 있는지 정직하게 국가 혹은 후원금으로 투명하게 집행하고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지 주변 사람들은 다 안다. 대신 마이클 포터 교수가 이야기 하는 공유가치 (Shared Value) 나 집단영향 (Collective Impact) 의 개념등으로 효과성을 스케일업하려면 누군가와 협력을 해야하고 만나야 하고 우리기관을 알아보아야 한다.

그러려면, 우리기관의 미션과 프로젝트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개인기부자와 기업들과 만날 수 있는 그런 데이트 싸이트 같은 것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수없이 많은 정보를 제대로 모으고 그 정보를 잘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도 Social Good Summit 에서 강조하던 혁신이라면, 이 비영리와 영리기관을 만나게 하는 Match.com 이 분명 주변만 알고 있던 그 괜찮은 단체와, 능력도 있고 기술도 있는 그 기업이나 개인을 연결 해주는 플랫폼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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